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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담으려고 했던 것은 사람이 가장 찬란한 순간, 혹은 사람이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의지나 꿈, 희망, 사랑 이런 시덥잖은 것들 말이다. 그 많은 외침에도, 절규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2010/08/26 00:59 2010/08/2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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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xYonsei 가 1월 23일, 연세대학교 무악극장에서 열렸다. TED가 뭔지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아 설명을 붙이자면,
TED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is a U.S  private nonprofit foundation  best known for its conferences, now held in Europe and Asia as well as the U.S., devoted to what it calls ideas worth spreading.  Its lectures or TED Talks, widely disseminated on the internet, are subject to a strict time limit of 18 minutes, regardless of a speaker's eminence – referred to on occasion in jest as the TED commandment.
- Wikipedia
한글로는
TED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앞글자를 모은 것이다.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중에는 빌 클린턴, 알 고어등 유명인사와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있다. TED를 현재 이끄는 기획자는 크리스 앤더슨으로 전직 컴퓨터 저널리스트이자 잡지발행자였으며 새플링 재단에 속해있다. 2005년 부터는 매년 3명의 TED상이 수여되는데 '세상을 바꾸는 소망'을 가진 이들에게 수여된다. "널리 퍼져야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이 모토이다.
- Wikipedia Korea
이란다.

TED에 대한 인기가 커지다보니 전세계 각지에서 TED를 개최하고 싶다는 요구가 커졌는데, 그 모든 곳에서 다 TED를 열 수는 없고 해서 생긴게 바로 TEDx라는 것이다. TED라는 브랜드만 빌려주고,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동일한 모토 아래 독립적으로 강연회를 여는 건데, 예를 들어 TEDxYonsei라고 하면 연세대에서 열리는 독립적인 TED 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바로 그, TEDxYonsei 에 다녀왔다.

강연자는 아래와 같은 분들이었다.
  • DJ렉스 대한민국 최초의 힙합 DJ
    송호원 사회적 벤처 '프리메드' 대표
    이명현 천문우주학자, 연세대학교 천문대 책임연구원
    Anour F.A. Dafa-Alla 수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CEO AFRO-ARAB Trading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
    박성연 CREVATE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김동준 삼성전자 VIP센터 부장

프리메드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

사회적 기업이라는 '프리메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송호원 님.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칭찬을 받을 만한 일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연 자체는 '사회적 기업으로써 수익을 내면서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DJ렉스

DJ렉스. 저기 PT에 보이는 글자에 오타가 하나 있댔는데, 무슨 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우리 나라 최초의 힙합 DJ라는 DJ 렉스. 사실 그 흔한 클럽 한 번 안가본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사람이었다. 즉석에서 음악을 만들어 연주해줘서 더욱 좋았던 강연.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강조한 것 같아 아쉽긴 했지만, 마지막에 조카의 전화통화를 피처링 해서 만들었다는 곡은 정말 아름다웠다.

BIT

다음에는 BIT가 아닌 다른 곳에서 주최를 하거나, 아니면 경영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으면 한다.


처음 열린 걸 행사란 걸 생각하면 만족스러웠다 평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쉬웠던 점은 경영학회 BIT에서 열어서 그런지 경영과 관련된 주제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모토가 더욱 중요하긴 하지만,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이라는 세 주제에 부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내용이라 생각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날 즐겁게 했던 강연은 DJ렉스, 그리고 이명현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강연이었기 때문에. 철민이형의 강연 역시 즐거웠다. 비록 깊이와는 조금 달랐지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젊은이들이 어찌하자, 이런 내용은 충분히 긍정적이었으니까.

이명현 교수님

가장 즐거웠던 이명현 교수님의 강의. 저 인용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가장 재미있었고 인상깊었던 강연은 역시 이명현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외계생명체를 탐사해 나가는 연구활동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깊이 있는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그야말로 전문가의 강연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저 인용구. 전파를 이용해 외계생명체를 찾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1959년의 기념비적인 논문은, 그것이 학술 논문임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고 한다.
The probability of success is difficult to estimate; but if we never search, the chance of success is zero.
- Cocconi, G. and Morrison, P., "Searching for Interstellar Communications", Nature, 1959.
순수하다.



TEDxYonsei, 즐거웠다.



2010/01/29 14:13 2010/01/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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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The Road, 2009
감독: John Hillcoat
출연: Viggo Mortensen(남자), Charlize Theron(여자), Kodi Smit-McPhee(소년)
개봉: 2010.01.07

평점: ★★★★

"You have to keep that fire... The fire inside you."



영화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 아니다. 그냥그냥 그랬다. 그런데 별점을 네 개나 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압도적인 영상미 때문이었다. 영화 전반에 걸쳐있는 청회색의 세기말 적인 분위기와 스크린에 펼쳐지는 폐허가 되어버린 도시의 풍경은 단순히 인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지금까지 이런 정도의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작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느 장면에서 일시정지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그 화면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될 것 같았다.



2009년 3월, 마지막으로 영화 포스팅을 하고, 그 이후로도 가끔 영화를 보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한 건, 엉뚱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왠지 영화 포스팅은 하기가 참 힘들었달까. 그냥, 그랬던거다.





2010/01/26 20:56 2010/01/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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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우리 과 체육대회가 있었다. 1쿼터를 22:8로 뒤지면서 시작했는데, 결국 4쿼터에서 역전해서 4점차였나? 로 이겼던 경기다. 내 포지션이 가드라, 그것도 포인트 가드라 경기 중에 돋보일(?) 일이 별로 없는데, 공식경기(?) 중에선 그래도 눈에 띄게 잘했던 경기였다. MVP도 받고 해서 나름 기분 좋았던 경기였는데, 맙소사, 사진도 잘나왔어! 과 커뮤니티에 사진이 올라왔길래 가져왔습니다. 히히. special thanks to 사진 잘 찍어준 경환이.



드리블

꺄하하


3점슛

뛴 자리를 보니 3점 인데, 아마 슛은 안들어갔을거야a



속공

속공이다 속공~


속공

레이업. 원맨 속공이었나바.



2009/11/16 10:26 2009/11/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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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프로그래머 The Pragmatic Programmer
앤드류 헌트 Andrew Hunt, 데이비드 토머스 David Thomas
김창준, 정지호 옮김
인사이트

이 책은 산지 2년은 된 거 같다. 그런데 이제야 다 읽었다. 아무리 바빴다고 하더라도, 2년 동안 책 한권 다 못읽을 정도로 바빴던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내 전공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이 책을 내팽개쳐 놓은 걸 보면, 나는 분명 귀차니스트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 프로젝트는 망할 거라는 느낌이 든 적이 있는가?
- p317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느낌 너무 많이 받아봤거든! 내가 처음 프로그래밍이란 것을 거의 전혀 못할 때, 수업에서 프로젝트가 나올 때마다 그랬었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아둥바둥 거려봤고, 다행히도 그 덕에 지금 여기까지라도 온 거겠지-

완성이라는 것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빼낼 것이 없을 때 얻게 되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Antonie de St. Exuepery, '바람과 모레와 별들 Wind, Sand, and Stars', 1939
- p319

오, 이 유명한 말이 생텍쥐베리꺼였나? 난 다른 사람이 한 말로 알고 있었는데-

어떤 방법의 거짓된 권위에도 넘어가지 말라.
- p349
이 말, 좀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어떤 학문보다 '거짓된 권위'에 맞서는 것이 자유로운 학문이 컴퓨터과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학문적 요소와는 별개로, 컴퓨터 세상에는 아직 이 거짓된 권위라는 것이 제법 많아보인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잃게 되는 두 번째가 기억력이기 때문에,
- 저자 주: 첫번째가 뭐지? 까먹었다.
- p366
이런 정도의 위트가 있어줘서, 그래도 이런 지겨울 수 있는 내용이 즐거웠다.



사실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었다. 단지, 중요한 것, 그리고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쉬 행하지 못하는 것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하긴, 그걸 명확하게 지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것인지도 모르지.

이 책의 마지막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작성한 코드에 자신의 닉넥임으로 서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로페셔널 함이, 지금의 나에게-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할 거다. 이 코드, 아이디어, 알고리즘, 논문, 다른 사람이 아닌, 나, ipuris가 만들었습니다, 하는 프로페셔널리즘 말이다.




2009/10/21 00:38 2009/10/2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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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후기, 여행기, 나는 이런 종류의 글을 참 못적는다. 내 글이 스스로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재미있는 기행문을 읽어본 적도 사실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기념관을 다녀오고서도 지금까지 포스팅이 없었던 것도 이런 요인이 한 몫 했다. 그런데 이렇게 늦으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드는 글은 나오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의 기념관은, 처음 찾는 보는 사람에게는 실망만 줄 만큼이나 작은 규모이다. 보통 집의 방 하나만 한 조그마한 크기에, 윤동주 시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유물이나 노트 조차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던 당시의 성적표 몇 개와 그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기록들 조금이 전부다.

성적표

윤동주 선배님은 공부를 잘했다. 영어 빼고. 히히


하지만 이전에 이미 기념관을 찾았던 적이 있는 나에게는 다른 것들이 보였다. 아무 의미없이 지나쳤던 글들이 눈에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티 없고 맑은 고독과 깊은 종교적인 사랑으로까지 경도했던 그의 인간성, 민족과 시대적 현실에서 불멸의 가치로써 탈환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자유와 정의에 대한 불굴의 저항정신을 그는 아울러서 소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깊고 벅찬 정신을 그는 천직의 서정성과 기법적 자질로 잘 조화시키고 통어하여, 많지는 못하나마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적 성과를 거두었고, 훌륭한 인간적 성실을 구현하여 일제암흑기의 단절된 우리 문학사를 시와 지조와 피 흘리는 목숨의 희생으로써 이어 놓은 애절한 위업을 성취하였다. 시와 사상, 사상과 지조, 그리고 서정정신과 저항 정신이 한 줄기 순절에의 희생으로 일철화함으로써 하나의 영원한 비극적 아름다움을 이루어 놓았다."
- 박두진 시인(전 연세대 교수)

박두진 시인 역시 우리 나라의 시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연세대학교 교수를 했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지만 말이다. 역시, 평소에 보던 글과는 문장력의 수준이 다르다. '많지는 못하나마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적 성과를 거두었고' 라는 찬사도 눈길을 끌지만, 그 내용을 떠나서 이 글 자체의 문장력에 나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언제쯤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 12월

- 윤동주 스스로 가장 아꼈던 작품

사실 처음 본 시였다. 병원이라, 윤동주 시인이 스스로 가장 아꼈던 작품이라는 설명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시이다. 읽히는 느낌도, 자연스레 생기는 운율도 아름답다. 가장 아낀 작품이 될만 하다. 아마 그 당시의 젊은 윤동주가 느끼던 것들, 고민들, 생각들을 잘 내포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그렇겠지. 


딴은 얼마의 단어를 모아 이 졸문을 지적거리는 데도 내 머리는 그렇게 명석한 것은 못 됩니다.
한 해 동안을 내 두뇌로써가 아니라 몸으로써 일일이 헤아려 겨우 몇 줄의 글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봄바람의 고민에 짜들고, 녹음의 권태에 시들고, 가을하늘 감상에 울고, 노변의 사색에 졸다가
이 몇 줄의 글과 나의 화원과 함께 나의 일년은 이루어집니다.

- 윤동주, 화원에 꽃이 핀다

한 해 동안을 온 몸으로 일일이 헤어려 겨우 몇 줄의 글을 쓴다고 고백하고 있는 윤동주 시인.
'글을 쓴다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그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진다.

'이 몇 줄의 글과 나의 화원과 함께 나의 일년은 이루어집니다.'
그저 감동스럽다.


서시

별이 바람에 스친단다. 맙소사.. 그저 놀랍다. 아름답다.



글에는 인격이 묻어나온다.
생각해보면, 부러운 것은 비단 문장력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글 앞에서 부끄러웠던 것은 다른 이유였다.






2009/03/20 01:52 2009/03/2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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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감독: David Fincher
출연: Brad Pitt(벤자민 버튼), Cate Blanchett(데이시)
개봉: 2009.02.12

평점: ★★★☆

"가치있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단다.."



햐, 밀린 글이 한 두개가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두개다.

요즘들어 부쩍 영화를 자주 보는 것 같다.
가끔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좋은데, 중요한 건 제 컨디션이어야 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는데 돈 좀 아끼려고 아침 일찍 조조영화를 보러 왔다가, 영화보는 내내 잠과 싸워야 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면 그만큼 안타까운 상황이 또 없는거다.
바로 이 영화가 그랬다.

그렇다. 이 영화가 그랬다.
오후 시간대나 저녁에 보는 것보다 반값 밖에 안해서 좋긴 했는데, 그러면 뭐하나, 영화를 제대로 집중도 못하겠는데. 내가 느낀 것보다 더 좋은 영화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주위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재밌다고들 했으니까. 하지만 잠과 싸우던 나에게는 아무래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졸린 와중에서도 젊어진 브래드 피트는 너무 멋있었다. 와, 진짜, 장난아니구나. 얘 원래 이렇게 잘생긴 애였어?
그에 비해 데이시 역의 여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예쁘단 생각이 안든다.
하긴, 지금 내 눈에 세상 누군들 예뻐보이겠냐마는.






2009/03/08 22:08 2009/03/0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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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Marley & Me, 2008
감독: David Frankel
출연: Owen Wilson(존 그로갠), Jennifer Aniston(제니퍼 그로갠)
개봉: 2009.02.19

평점: ★★★★★

"전성기를 보내고 난 느낌이 어때? 하고싶은거 다 해봤어?"
"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릴 사랑해줬어. 그건 아무나 못하는거야."



전성기를 보내고 난 느낌이 어때? 하고싶은거 다 해봤어?
넌 어떤 상황에서도 우릴 사랑해줬어. 그건 아무나 못하는거야.

오랜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가슴 먹먹해지며 눈물흘릴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두근거렸던 것도.



보통 사람들이 사는 보통 모습.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살고, 살아가는 모습들.
사랑하고, 다투고, 이해하고, 포기하고, 꿈꾸는 모습들은 비록 이 영화가 서양의 것이었지만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결코 가볍지 않은 단어,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해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수작이다.



2009/02/21 01:10 2009/02/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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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인사동 '귀천'을 찾았다. 고등학교 친구가 서울에 놀러 온 김에 인사동을 가게 되었는데, 예전부터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는 항상 다음으로 미뤄두었던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귀천, 천상병 시인의 부인께서 운영하고 계신 찻집이다. 인사동에 귀천이 두 개가 있다는데, 다행히 내가 찾은 곳에 부인께서도 계셨다. 큰 골목에 떡하니 있는 찻집이 아니라서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준다.

아담한 크기의 찻집, 벽은 온통 천상병 시인의 기록들로 가득하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차들이 많다. 유자차가 보여서 그걸로 시켰다. 할머니댁과 외할머니댁 모두 유자가 특산품인 곳이라 어릴 적부터 많이 먹었었는데, 대학 다니느라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흔적

천상병 시인의 흔적이 가득하다.


요즘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와는 달리, 무언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왠지 목소리도 작아졌다.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면 생전에 천상병 시인이 찍었던 사진들도 보인다.

귀천

이외수 씨도 보인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천상병 시인 부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분이 눈치를 채셨는지 '대학생들이야? 사진 같이 찍어달라고 그래~ 언니 여기 좀 와봐요.' 라신다.

천상병 시인 부인

아름다우시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중학교 때 처음 '귀천'이라는 시를 접했을 때의 추억도 떠오른다.
방명록이 있는데 글이 가득 차있어서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왠지 멋진 글을 남겨야 할 것만 같은데, 괜히 천상병 시인이 앞에 있는 것 같아 내 글이 작게만 느껴진다.

방명록

삐뚤삐뚤, 참 못썼다.


따뜻했던, 기분 좋았던 하루.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2009/02/05 11:45 2009/02/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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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 Red Cliff 2, 2009
감독: 오우삼
출연: 양조위(주유), 금성무(제갈량), 장풍의(조조), 장첸(손권), 린즈링(소교)
개봉: 2009.01.22

평점: ★★★★☆

영화에 나오는 손숙재가 이대호랑 너무 닮아서 슬픈 장면에서도 자꾸 웃음이.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적벽대전이다. 그 규모에 대한 진위여부를 포함한 몇 가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한 줌 땅도 없던 유비가 천하를 삼분하는 촉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된 기반을 닦은 전투라는 의미나, 제갈량과 주유, 방통을 포함한 당대 최고의 모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나, 황개의 고육지책과 제갈량과 주유 서로의 손에 같은 불 화火를 적는 일화와 같은 극적인 연출, 마지막에 관우가 조조를 살려주는 장면까지 소설 '삼국지연의'의 하이라이트로써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적벽대전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과연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적벽대전이 담고 있는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얼마나 펼쳐낼 수 있을 것인가. 조조, 유비, 손권을 포함한 당대의 영웅들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 것인가. 제갈량과 주유의 관계를 어찌 설정할 것이며, 적벽대전의 끝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가? 해전의 끝을 적벽대전의 끝이라 둘 것인가, 아니면 관우가 조조를 살려주는 부분까지 갈 것인가, 유비가 형주를 차지하는 이야기까지 이어질것인가. 개인적으로 이 점이 바로 영화의 성공여부를 좌우할 것이라 생각했다. 삼국지를 아는 사람과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 모두가 만족할만한 점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여부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적당한 그 선을 찾고 있다. 아니, 훌륭하게 재설정했다. 비록 안타깝게도 수정되고 감추어진 부분도 있지만아마 그 세세한 이야기들을 풀어 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흐름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조조와 유비의 모습도 냉정하게 잘 그렸으며, 관우와 장비, 노숙이나 감녕 등 주변 장수들의 모습도 각자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헐리우드 자본이 투자되었을지는 몰라도, 중국 감독이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손권과 유비의 운명이 걸린 전투였다기에는 영화 전체에 감도는 비장함과 긴박함이 조금 떨어지는 면은 없지 않으나, 그 공백은 화려한 전투씬이 충분히 상쇄해 주는 느낌이다. 특히 서로 묶여있는 조조의 함대를 화공으로 불태우는 장면은 예고편에 등장하는 카피처럼 말 그대로 '물 위에 불을 일으키는' 장관을 연출해내었다.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이라면 제갈량과 주유의 관계설정이다. 그들을 그렇게 돈독한 우정으로 그려내다니, 하는 점이었다. 원작에 등장하는 그들 사이의 묘한 경쟁관계와 주유의 제갈량에 대한 질투심, 동남풍을 일으킨 이후 주유가 제갈량을 죽이라 명령하는 부분과 유유히 빠져나가는 제갈량의 모습 등을 뺀 것은 아쉬웠다. 전투는 오나라가 하고 그 실익은 유비가 가져가는 영화 그 이후의 적벽대전 이야기를 내포하기에는 이 영화의 결말이, 삼국지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울 듯 하다.



티켓








2009/02/03 13:08 2009/02/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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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디파이언스 Defiance, 2008
감독: Edward Zwick
출연: Daniel Craig(투비아 비엘스키), Liev Schreiber(주스 비엘스키), Jamie Bell(아사엘 비엘스키).
개봉: 2009.01.08

평점: ★★☆

"우리가 짐승처럼 쫓길지언정, 짐승이 되지는 맙시다."


평범했다.
별 감동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감독의 고민이 들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스토리가 잘 짜여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산만한 것도 아니다.
평점은 별 세개......하지만,

1,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유태인들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유태인이란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는 그런 비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측은함도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더럽다.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은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유태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태인, 그들은 선한 약자가 아니라, 단지 약자였을 뿐이다. 힘을 가지고 나서는 또다른 약자에게 그들이 당했던 것과 같은 짓거리를 서슴없이 하는, 그저 똑같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이런 인식에다 마지막의 당황스러운 결말은, 별점 반개를 깎아먹어서 결국 두개 반.




영화표

2009/01/30 17:20 2009/01/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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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김수용 옮김
책세상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하는 파우스트와, 그를 유혹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피로 맺은 악마와의 계약. 세상 속으로, 신화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이렇게 적으면 마치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을 보는 듯한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 이미지가 그렇듯이, 재미없다.

그런 재미없는 파우스트를 읽고 난 후의 감상이라,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글을 읽고서는 마음이 움직여야 감상이란 것도 알아서 줄줄 적히는 법인데, 그렇지가 않으니 아는 것도 없이 파우스트에 대한 분석이나 평론을 적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난감한 것이다.



현대의 문학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을 산만한 구성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비유가 과도하게 사용되었고, 뜬금없는 사회 풍자와 당시에는 옳게 받아들여졌던 잘못된 과학적 추론은 그렇지 않아도 가냘픈 이해의 흐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화려한 수사에도 나는 아무 것도 상상할 수가 없었고, 나름의 각운과 운율을 가지고 있을 대사들은 한글로 번역되자 그저 '이상한 곳에서 엔터가 쳐져 있는 글'로 변해버렸을 뿐이었다.

이렇게 이 대부분이 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걸 알면서 궁시렁거리면서도 결국 며칠에 걸쳐 이 책을 다 읽은 건, 어디선가 이런 류의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인기많은 소설, 이를테면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셀러 란에 꼽혀있는 책들을 보고 느껴지는 것은 '재미'이다.
하지만 '고전'이라 일컫어지는 글을 읽으면 느껴지는 것은 재미가 아니다. '무게'다.

모든 '고전'이라 일컫어 지는 작품들이 그렇듯이 파우스트 역시 제법 괜찮은 결말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소설들이 가지는 '신선한 반전'이라든가 '눈물나는 감동', 혹은 '미어지는 아픔'이나 '침전하는 우울', '환희'와 같은 류의 결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제법 괜찮은 결말'이란 그렇게 가볍지 않다. 고전을 덮으면 찾아오는 것은 감상보다는 고뇌다. 그리고 그 고뇌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든 사람에게 주는 의미가 있기에, 그 글은 '고전'일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무언가를 하나 떠안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내 가슴은 아직 교과서적인 답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와 참 닮은 파우스트다.



하나, 의외였던 것이 있다. 난 이 파우스트라는 것이 대단히 심각한 주제의 글인줄 알았다. 이를테면 종교나 철학에 대한 회곡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맙소사, 읽고 나니 이건, 그러니까, 러브 스토리다.






2009/01/05 20:45 2009/01/0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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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L' Etranger
알베르 카뮈 저
김화영 옮김
책세상




1.

예상 외의 순간에 글이 끝나버렸다.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남은 페이지가 많음을 보며 글이 계속 이어리지라 태연히 짐작했던 것이다.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평론들을 보며, 나는 두려움에 빠진다. 이들의 분석은 분명 내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분석이란 내가 이 책을 읽은 감상과는 어느정도, 혹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을 것 역시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평론을 읽으며 내가 느끼던 것을 일종의 잣대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말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조차 들려오지 않는, 이 새벽의 적막 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당해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무자비하게 재단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느낀 것이 없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무언가를 느낀다는 것은, 때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때로는 전혀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내 눈은 내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글을 읽어가며, 내 머리는 무언가를 느끼면서도 글에 집중할만한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방인, 너무나도 유명한 이 글의 제목 때문인지, 나는 그 단어, '이방인'으로부터 벌써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벌써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방인일까. 게다가 추측까지. 이래서 이방인이 아닐까. 하지만 뫼르소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네가 살인범으로 고발되었으면서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받게 된들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인간애라는 단어는 너무나 식상한 것이라서 쓰기가 두렵다. 게다가 더욱 두려운 것은, 그 단어는 어떤 감상조차 식상하게 만드는데, 일종의 틀 안에 모든 것을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하고 싶은 것이 그 틀 바깥에 존재할 때조차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모두가 수긍 가능한 것이었고, 그래, 이를테면 논리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뫼르소가 허무하게도 선택 당해야했던 이 사회의 메커니즘 역시,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인간적이지 않았다. 뫼르소 역시 논리적이었지만, 또한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그는 솔직했고, 선했다. 그게 그가 죽어야할 이유가 되었으며, 그런 점들은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어찌보면 착한 척이다. 인간애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말이다. 책의 뒷표지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짧은 샤르트르의 이방인 해설처럼, '그는 단지 묘사한다. 카뮈는 다만 제시할 뿐, 원래가 정당화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정말이다.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

다시 음악을 켠다.
이런, 분위기 파악 못하고 god의 거짓말이 흘러나온다. 다행인건, 노래 제목이라도 그럴 듯 하다는 점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제목은 The Liar 가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2.

내 감상을 적고서는 평론이란걸 읽기에 앞서, 책의 서론 다음에 있던 '《이방인》에 대한 편지'를 읽었다.
역자에 의하면,
1954년, 어떤 독일 친구가 알베르 카뮈에게 《이방인》을 연극으로 각색하여 상연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제시한다. 이 글은 그에 대한 회답으로 쓴 알베르 카뮈의 미공개 서한인데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극히 명료하게 나타나 있어서 의미 심장하다. 《어떤 책의 역사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Histoires d' un livre : L' Etranger d' Albert Camus》(Paris, IMEC, 1990)에 실린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란다.

그곳에 이런 말이 있었다.
..뫼르소로 말하자면 그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닙니다. 그는 햇볕이 내리쬐는 곳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존재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해본다면 거기서 어떤 정직성의 모럴을, 그리고 이 세상을 사는 기쁨에 대한 해학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찬양을 발견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어둠이라든가 표현주의적인 희화(戱畵)라든가 절망의 빛 같은 것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 p13~14
어떡해, 나 순간 소름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2009/01/01 07:55 2009/01/0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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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저
문학동네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천상병 시인이 그렇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하던 윤동주 시인이 그렇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던 김소월처럼 은은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던 김지하 시인처럼 터질듯이 외치기도 하지만 그 언어들 속에 담겨있는 것은 역시, 시선이다.

참 오랜만에 집어든 시집이었다.
안도현, 익숙한 이름이다. 예전에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로 나에게 처음 다가온 시인이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춘기였기 때문일까, 내가 서점으로 달려가 읽었던 안도현 시인의 시집에서 내가 느꼈던 것은 그런 것이었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 삭막한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인간애의 그리움.

이 시집, '바닷가 우체국'에서도 여전히 안도현 시인은 낮은 곳에서 부터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편안하다. 부드러워졌다.

茅亭모정 아래

한 떼의 잠든 일꾼들
모두 臥佛와불 같다.

미륵님들은
왜 누워 계시나?
쌔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쉴 줄도 놀 줄도 모르는 사람들,
좀 쉬라고,
휴식이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몸소 모범을 보이며 누워 계신 게야

낙숫물

빗방울하고 어울리고 싶어요
깨금발로 깨금발로 놀고 싶어요
세상의 어깨도 통통 두드려주고 싶어요

'너에게 묻는다'가 세상에 던지는 거친 질문이라면, '茅亭 아래'는 세상을 향해 짓는 미소다. 여전히 안도현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부대끼며, 지친 세상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하지만 내가 이 시집 '바닷가 우체국'에 담겨 있는 것은 그런 목소리들이 다가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담겨있다. 사랑이다.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다 말라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 '꽃' 중에서

연락선

네가 떠난 뒤에 바다는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해변의 나리꽃도 덩달아 눈자위가 붉어졌다
너를 잊으려고 나는 너의 사진을 자꾸 들여다보았다

사실 어딜 가든 흔한 것이 사랑에 대한 담론이다. 그래서 유치하기 쉽고, 이기적이기 쉽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말하는 사랑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 속의 아픔이 말라버리고 나면 그리움에서도 향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는 그의 독백은, 아직은 사랑을 말하기에는 어린 나에게도 아프게 스며든다. 사랑해봤다면, 그리고 이별해봤다면, 너를 잊으려고 나는 너의 사진을 자꾸 들여다본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시리리라.



어쩌면 안도현 시인은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보는 내 시선이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없이 반항적이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던 사춘기에서,
이제는 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볼 줄 아는, 조금은 자란 모습으로.

내 친구는 풀숲을 더듬거리며 오리
길에 왜 사람이 없냐고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이라도 그려보라 하겠지
사람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뻔히 알면서
예끼, 짐짓 모른 체 농을 걸어오겠지

- '이발관 그림을 그리다.' 중에서

여전히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편안하게. 하지만 가볍지가 않다. 그렇다고 숨막힐듯 무거운 것도 아니다. 미소지을 수 있는, 동시에 아픈 곳을 다독일 수 있는 그런 말 들이다. 어느덧 벌써 쉰을 넘기신 아버지의 따스한 목소리처럼.



2008/12/24 13:40 2008/12/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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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라는 것이 있다.
앞에 '링크'라는 책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던 바와 같이, 현재의 사회를 정치 경제 사회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커다란 네트워크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분석하려는 시도이다.
컴퓨터과학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흥미로운 주제 혹은 키워드들이 이 복잡계 안에 속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 '그래프 이론 Graph Theory' 등을 들 수 있다.

KAIST 의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 '링크'와 함께 소개해주신 것이 바로 복잡계 컨퍼런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8월 말과 9월 초에 연락을 드렸었는데 11월 29일, 연세대에서 복잡계 관련 컨퍼런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 때 다이어리에 적어놓고는 참가신청을 하고, 그리고 바로 오늘 그 복잡계 컨퍼런스란 곳에 가게 된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전날 밤새도록 무언가를 만들다가 잠들어서 늦잠을 잔 것도 이유였지만, 사실 오전 세션에서는 도무지 관심있는 발표주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컨퍼런스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무얼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고, 각 세션의 제목을 보고는 '논문 발표회 같은건가...'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쉬는 시간에 들은 바로는 젊은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주제라는데, 항상 대학교 학부에서만 생활하는데다 컨퍼런스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그렇게 느껴졌던 듯 하다. 단지, 연령층이 그렇다보니 대부분이 정장차림이고, 나처럼 여유롭게 편한 청바지에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입고 온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뭐 어떠랴, 나는 아직 학생이고, 발표자도 아닌데다 예의에 어긋날 정도로 편한 옷을 입고 간 것도 아니니까.



두번째 세션부터가 흥미로운 것이 많았다. Track 1과 Track 2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왔다갔다 하며 내가 들은 발표의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Track 1. 자유투고 연구
Session 2
  • The Price of Anarchy in Transportation Networks
     - KAIST 물리학과 윤혜진, 산타페 연구소 Michael T. Gastner,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Track 2. 대학원생 공모
Session 2
  • Comparison of Online Social Relations in terms of Volume vs. Interaction: A Case Study of Cyworld
     - KAIST 전산학과 곽해운, 전현우, KAIST 물리학과 엄영호, Center for Complex Network Research 안용열, KAIST 전산학과 문수복 교수,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 롱테일 현상은 항상 존재하는가? - 제품의 다양성 증가에 따른 탐색비용과 지각된 위험이 미치는 영향
     - KAIST 경영대학 배윤수, 박봉원, 안재현 교수
Session 3
  • 시스템사고에 입각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인과루프 분석
     - 서울대 지역학과 오승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하미향, 허립
  • 유유상종과 상호작용: 사회적 영향 네트워크 진화의 동역학
     - 서울대 사회학과 손윤규
  • Structure and evolution of online social relationships: Heterogeneity in unrestricted discussions
     - KAIST 물리학과 엄영호, 고려대 물리학교 고강일 교수,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강병남 교수
  • Pajek 프로그램을 이용한 5, 6공 정부의 장관 임면(任免)에 관한 분석
     - 서울대 경영학과 이해경, 연세대 행정학과 노성민, 연세대 기술경영학 김용원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먼저 들었던 Comparison of Online Social Relations in terms of Volume vs. Interaction: A Case Study of Cyworld 였다.
싸이월드를 통해서 인간관계의 특징을 살펴본 연구였는데, 얼마 전까지 읽었던 책 '링크'와 매치되는 부분이 많았던데다가 발표도 깔끔했고, 논리도 비약이나 확대해석 없이 얻어진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KAIST 학생 답다, 라는게 느껴지는 발표였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 논문 시상식에서 난 당연히 이 논문이 금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받지 못한것은 정말 의아했다.
궁금한 내용이 있어서, 발표가 끝나고 밖에 잠깐 나와 계시던 정하웅 교수님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말 궁금하던 것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젊으신데다가 너무 인상이 좋아서 무엇이든 좋으니 인사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게 '링크'를 추천해 주시고, 이 자리도 가르쳐주신 문수복 교수님도 찾았는데, 오후에는 보이지 않으셨다. 감사하다는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든 세션의 발표가 끝나고는 토론 시간이 있었다. '링크'를 통해 이름을 알고 있던 정하웅 교수님도 토론에 참석하시고, 포프를 통해 역시 이름을 알게 된 김용학 교수님도 사회자로 계신데다가, 각 분야의 석학 분들이 모여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서 앞으로 가서 앉았다.

토론이 시작하고 패널 소개를 해주실 때야 알았지만, 앞에 나와계시던 분들은 실로 대단한 분들이었다. 문학의 허정아 교수님, 경제학의 최정규 교수님, 과학철학의 고인석 교수님, 정치학의 민병원 교수님, 교육학의 이상오 교수님, 그리고 물리학의 정하웅 교수님.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이 정하웅 교수님 뿐이라 다른 분은 사실 모두 이름조차 처음 듣는 분들이었는데, 약력을 들어보니 우와- 싶은 분들이 모두 모여계셨다.

토론의 핵심 키워드는 '상상력'과 '수학'이었다. 어찌보면 양 극단에 있는 두 학문, 문학과 물리학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존재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안타까운건, 정말 호화롭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 사이를 잇는 연결점을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서로의 입장차이를 확인했다고 할까? 하지만 사회를 맡으신 김용학 교수님의 말처럼, 첫 술에 배부르랴,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토론을 보면서 느낀게 많았다.
무엇보다 무서웠다. 차마 말하기 힘든 무언가를 담담하게, 정면으로 맞대하는 모습들이. 복잡계'학' 이라는 것은 사실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를 위한 어떤 방법론 혹은 페러다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 즉, 아직 체계적인 학문으로써의 틀을 가추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또렷이 전달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복잡계 컨퍼런스'라는 자리에서, '복잡계'라는 큰 흐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유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예의상으로라도 미래가 밝다느니, 주목받고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할 수도 있을텐데, 정확하게 문제점과 한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지적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무서웠다. 자신의 전공범위가 넘어서는 분야에 있는 다른 교수의 발언들에서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이. 그걸 모두에게 가벼운 웃음을 줄 수 있는 위트로 만들어 내는 능력까지 지닌 그 모습들은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위트로 만든다는 것은 이미 다른 교수의 발언 내용에 대해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자신감이 아닌가!



내가 석사과정을 하면서 공부하게 될 분야는 사실 복잡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잘 와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부전공을 정하면서 마지막까지 날 고민하게 했던,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을 연구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아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데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졸업논문을 쓰는 수업에서 단체 회식을 할 때 교수님께서 하셨떤 말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나도 되겠다.
오늘 본 그 교수님들같은 사람이.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2008/11/29 22:52 2008/11/2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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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문학·사회과학과 복잡계의 만남 Tracked from 꼬마지리학자의 쉼터 2009/03/02 14:53 Delete

      오늘은 느즈막히 일어나 제3회 복잡계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복잡계와 인문학, 사회과학의 만남" 이었다. 내가 복잡계 연구의 전체도 아니고 복잡계 연구 방법 중에 하나인 프랙탈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GIS관련 영문 개론서를 읽다가 프랙탈 이론에 관한 구절을 읽어서 인 것 같다.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복잡계... 왜 복잡계라고 부르는 것일까? 복잡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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