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진지한 척을 해가며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잃은지는 제법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는 이미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말하기 위해 내 에너지를 쏟아붇는 일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 떠벌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내 스스로가 깊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요즘 뉴스란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도 컴퓨터과학이라는 것을 전공으로 학문에 뜻을 둔 학생이기에,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그리 깊이있게 알지는 못하는 많은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IT라는 이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우리나라의 IT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참다참다, 이렇게 글을 쓰려한다. 이쪽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이야기를, 하지만 이 답답한 대한민국 그 어느 언론도 말하려 하지 않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니까 모든 것의 시작은 아이폰이었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2007년, 아이폰이라는 것을 출시한 것을 기점으로 이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나라를, 그리고 전세계를 흔들어대고 있는 그 스마트폰이라는 것의 시작이 바로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부터였다.
사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 자체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단지 일반의 사람은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던 그런 기기였을 뿐이다. 그 때의 스마트폰은 예쁘지도 않고 사용하기에도 불편했으며, 앱이라는 개념도 희미해서 그냥 컴퓨터를 모니터 화면만 작게 만들어 놓은 수준이라 '이럴 바에는 컴퓨터를 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제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이라는 것이 세상에 튀어 나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사람들은 터치 스크린에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앱을 통해서 별의 별 기발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이 아이폰이라는 제품에 열광했다. 아이폰은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2008년 말 내가 미국 보스턴에 있던 라이코스에 갔을 때 그곳 CTO, 즉 최고기술책임자라는 사람이 꼽은 '현재 미국의 3대 IT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아이폰이었다. 우리 나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2010년 말이 되어서야 들어오게 된 이 아이폰이라는 녀석은, 사실 이미 그 때부터 세상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폰은 기존의 스마트폰에 비해 획기적으로 빠르지도 않았고, 그들보다 크게 가볍지도 않았으며, 그들보다 그다지 얇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한 이유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였다. 아이폰은 예뻤으며
디자인, 사용하기편리했고
UI/UX, 손쉽게 인터넷으로부터 음악을 결제해서 받아 들을 수 있었으며
iTunes, 톡톡 튀는 신기한 일
앱들을
할 수 있었다. 아이폰이 성공은 소프트웨어의 성공이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미 애플에게 선수를 빼앗긴 상태였지만 사실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기업인 '구글
Google' 역시 모바일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안드로이드
Android'였다.
여기서 헤깔리기 쉬운 것이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이름이 아닌 모바일 플랫폼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컴퓨터로 비유를 하자면, 안드로이드는 윈도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에는 스마트폰(=아이폰)도 애플이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도 iOS라 하여 직접 만든 것인데, 그에 반해 구글은 스마트폰 자체는 만들지 않으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만 공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이 이렇게 '대박'을 터뜨리자, 구글은 2008년 그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소스코드까지 완전히 공개한다.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iOS는 애플만이 그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아이폰용 앱을 개발하려면 애플에 허가를 받아야만 하고, 일정액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아이폰 호환 스마트폰'과 같은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 아이폰과 관련된 모든 권리는 애플이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오직 애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에반해, 구글은 자신의 안드로이드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모두에게 공개함에 따라, 생각치도 못하던 컴퓨터 회사에 일격을 맞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출시를 해야겠는데, 하드웨어야 기존에 만들던 생산라인이 있고 기술력이 있으니 만들어낼 수 있다 쳐도, 내부적으로 돌아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그때부터 만들어서는 너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난감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구글에서 만든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오픈을 해주었으니, 이는 너무나도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미 아이폰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에, 시간이 조금 흘러 다른 회사들도 이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더이상의 '신제품 휴대폰'은 찾기 힘들어졌다. 그게 2009년 까지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2010년, 그리고 지금 2011년의 상황은 어떠한가. 2010년, 이미 늦어버리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래도 선수를 두세걸음 빼앗긴 상황에서의 대응 치고는 삼성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아이폰이 성공한 이유가 소프트웨어라고 할지라도 결국 하드웨어란 것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실제로 아이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이 삼성과 엘지의 로고가 찍혀있는 것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소프트웨어 기업들 사이의 소프트웨어 전쟁에, 이제와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하드웨어 기업인 삼성이 무리를 해가며 끼어들 필요도, 승산도 별로 없어 보인다. 세계 속의 삼성을 이끌어온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즉 하드웨어였다. 스마트폰 역시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공급사로
자의든 타의든 포지셔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더욱 유리한 위치에서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하드웨어 공급업체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애플 역시 이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있다. 그들이 세계를 놀래킨 소프트웨어 대부분의 측면을 다른 기업들에게 따라잡히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은 '애플만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제품들이 더욱 어필하고 있다. UI/UX 적인 측면 역시 아직은 애플이 더 앞서지만 구글 안드로이드가 급속하게 그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2011년 초, 지금의 아이폰은 더이상 특별한 스마트폰이라 보기 힘들다. 플랫폼 전쟁에 뒤쳐져있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세계 최고의 휴대폰 회사였던 노키아와 손잡으면서 대대적인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과 구글의 오픈 정책의 충돌로 보는 사람도 있고, 수많은 앱과 그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를 포함하는 애플과 구글의 생태계 전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바로 올해, 그리고 늦어도 내년에 일어날 일이다 스마트폰을 위시로한 모바일 디바이스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판도는 또다시 바뀔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다음 세대의 플랫폼을 두고 세계의 모든 IT 기업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상이 이렇다. 그런데 자칭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은 여기서 최소한 두걸음 이상 뒤쳐져 있게된 이유가 뭘까. 물론 하드웨어 회사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IT 기업이라는 삼성과 LG의 대응이 너무나도 안일했던 것이 큰 이유다. 2007년에 나온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009년 12월에 와서였으며, 애플의 CEO가 16개국 동시 출시라며 발표했던 아이폰4가 왜인지 한국을 뺀 15개국에서만 판매가 되고 우리나라는 3개월이 지나서야 판매가 시작되었다. 삼성이 세계적인 흐름을 읽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지금 삼성은 정말이지 위험한 것이다. 단지, 여전히 잘 팔리던 휴대폰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랫폼이 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은 더욱 한심했다. 어떤 입김이 불었는지는 몰라도, 아이폰을 포함한 다른 스마트폰들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일단 막기에 급급했고, 삼성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출시일을 늦추며 시간을 벌어주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2008년에 미국에서는 한참 사회적인 이슈로써 이야기되었고,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확정된 인터넷 중립성에 관한 논의 역시 이제와서야 통신사들 눈치를 살피며 일단 틀어막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 야당 할것 없이 모두 대운하가 어쩌니 하고 있었을 뿐이지, 2008년 2009년 그 소용돌이 치던 세상에 위기감을 느낀 곳은 없었다. 21세기를 맞이해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없애버린 정부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겠냐마는 말이다.
그리고 가장 한심스러운 언론은 이런 전세계의 플랫폼 전쟁이 돌아가는 이야기에는 입을 꼭 다문 채, 삼성과 정부의 눈치나 살피기에 바빴다. 2010년 6월에 나온 갤럭시S의 하드웨어 성능을 2009년 7월에 나온 아이폰3Gs와 비교를 하는 기사나 실어댔고,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아이폰4의 데스그립 현상아이폰의 특정 부위를 잡으면 통화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아이폰4가 3개월이나 늦춰져 출시되던 그 때에는 마치 통화가 불가능한 스마트폰인 마냥 언론이 호들갑이나 떨고 있었다. 이런 기사들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가.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더 빨라'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화면이 더 커서 편리'
'갤럭시는 DMB 기능도 되'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더 가벼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피카소가 훌륭한 이유는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이고, 리오넬 메시가 훌륭한 이유는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다. 장재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노래를 잘부르기 때문이고, 유재석에 열광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폰이 훌륭한 이유,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 그리고 세상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변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갤럭시는 아이폰보다 하드웨어가 더 앞선다고 열심히 자랑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애초에 삼성은 소프트웨어를 만든 적이 없다.
바다라는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기는 하나, 아직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이라 말하기는 힘들다. 갤럭시는 내부 플랫폼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대부분의 기사가 아이폰과 갤럭시를 비교함에 있어서 소프트웨어를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삼성의 소프트웨어는 구글의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갤럭시의 소프트웨어가 아이폰보다 훌륭하다면, 그건 안드로이드가 iOS보다수한 것이지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우수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언론의 기사들만 보면 애플과 삼성이, 아이폰과 갤럭시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건 iOS를 앞세운 애플과 안드로이드를 앞세운 구글의 거대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쟁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판매되고 있는 전세계의 다양한 스마트폰들 중 하나가 삼성의 갤럭시이고, LG의 옵티머스일 뿐이다.
이미 많이 늦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삼성도 LG도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뭔가 대응이란 것을 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닳았는지 이런저런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정말이지 속이 터질 듯이 답답하게도, 아직까지도 언론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안철수 교수가 '대한민국은 하드웨어 강국일지는 몰라도 소프트웨어 강국은 절대 아니다'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그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덕분에, 갤럭시S가 아이폰4의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하면, 마치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이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로성된 국가대표 야구팀을 이긴 것마냥 흐뭇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절대 다수다. '그렇지, 삼성이 하면 못할 리가 없지.' 라며 뿌듯해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동안, 그 당시 우리나라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사회 전체의 전반적인 기반과 역량 자체가 너무 차이났다. 하지만 지금의 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기회를 두고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한심하게 놓쳐버렸는데, 언론은 이렇게 여전히 국민들을 속이고 있을 뿐이다. '역시 삼성이 잘한다니까요.' 하면서.
애플의 아이폰5가 조만간 그 베일을 벗을 것 같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의 새버전을 속속들이 발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노키아의 CEO가 스스로를 불타고 있는 상황이라 표현하며 모든 역량을 지금의 이 전쟁에 쏟아부을 것을 약속했다.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때 기사가 또하나 올라왔다.
삼성 갤럭시S II 공개 "아이폰 한물 갔어" - 아이뉴스24
"갤럭시S보다 더 크다. 그런데 더 얇고 가볍다. 성능은 물론 더 강화됐다. 전세계 천만대 이상 팔려나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후속작이 드디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