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도착지는 서울에 있는 하숙집이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남동쪽 끝에서 시작한 이번 여행은, 북동쪽 끝의 낙산사를 찍고, 다시 북서쪽의 임진강 통일전망대까지 갔다가, 그리고는 서울 신촌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모님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셔야 한다.

이번 여행기에 포함되지 못한 곳도 많다. 이를테면 소수서원이나 선비촌 같은 곳 말이다. 단지 찍은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여행기에서 빠진 곳이 대부분이다.

길다. 서울-부산이 대략 400km 라니까, 1000km 정도는 여행을 했겠구나.

그렇지 않아도 운전하느라 정말 피곤하셨을텐데, 옆에 믿음직스럽지 못한 조수까지 두고 고생하신 아버지와,
마치 마술 상자처럼 끊임없이 먹을걸 어디선가 내주시던 어머니. 아, 멀미도 거의 안하셨다.
그리고 재잘재잘 떠들고 음악 선곡한다고 바빴던 나도.

우리 가족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2008/11/10 02:51 2008/11/1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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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강.
아버지께서 군생활을 하셨던 곳이 이쪽이란다.

넓찍한 통일로를 달리면서, 옆으로 보이는 광경에 아버지께서는 감상에 잠기신다.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군대 이야기도 하신다. 백마부대였던가?
그래, 사실 통일전망대가 보고 싶으셨던게 아니시겠지.
한번 와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스무살, 한참 젊은 시절을 보낸 곳.
몇 년 만이실까?
나도 괜히 기분이 아련해진다.
그러고보니까, 통일전망대 사진을 찍을 것이 아니라 통일로 주위로 보이던 임진강의 모습을 찍을 걸 그랬다.



날씨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해서, 통일전망대에서는 금방 돌아왔다.
하지만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것이, 바로 분단국가라는 현실 때문이리라.

자유의 다리

여기까지 오기를 50년..



자유의 다리

기억이 난다. 전 국민의 1/4이 이산가족이란 기사가.



사실 우리 세대에게 있어서 통일은 그다지 간절한 것이 아니다.
어느 신문 사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좌파정권 10년 동안 좌편향 교과서로 배운 우리 20대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과의 통일에 가장 부정적인 세대'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아직도, 북한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디인가. 한라산인가, 백두산인가.

헌법상으로, 그리고 국제법 상으로, 그리고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명백히 다른 국가다. 서로 다른 국기를 쓰고, 서로 다른 국가를 부르고, 서로 다른 대표를 가지는 국가이다. 한 나라에서 분단이 된지도 이제 50년을 지나 6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중 한 나라의 대통령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이름을 바꾸면서, 우리는 당당하게 새로운 나라임을 밝혔다.
즉, 시험에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을 '백두산'으로 적었다면, 그건 명백히 틀린 답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물어보자.
우리 나라의 중부지방에 비가 온단다. 이는 대전, 대구에 비가 오는 것인가, 서울에 비가 오는 것인가.

일기예보에서는 남부 지방과 중부 지방을 말하지 북부 지방을 말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의 북부 지방은, 북한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이고, 우리 나라의 태백산맥은 백두산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설악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동산

놀이동산이 있다. 뛰어노는 아이들, 기분이 이상하다.



통일 전망대는 놀이동산이다.
그냥 공원 정도가 아니라, 바이킹이 있고 회전목마가 있는 놀이동산 말이다.
좋은 건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이 곳을 찾을 것이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북한을 느낄 수 있을테니.

하지만 난 왠지 자꾸 눈에 밟힌다.
슬픈 표정으로 저 철조망 넘어 북한을 바라보던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철없이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과 오버랩되면서.



2008/11/10 00:43 2008/11/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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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닭갈비는 차원이 다르다고 자랑에 자랑을 했었다던 친구가 그랬었다.
여자친구 생기면 남이섬에 꼭 둘이 같이 가보라고. 정말 좋다고.

그 친구야 그런 말을 했었는지도 잊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내 머리 속엔 아직도 그 말이 남아있었다.
'여자친구 생기면 꼭 같이 남이섬 한번 가봐야지.'
그래서 나에게 남이섬은 살짝 환상이 섞여있는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데이트 장소(?)라고 생각하는 겨울 밤의 해운대에 맞먹을 수 있는 곳이 단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남이섬 일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이랄까. 적고 보니 좀 웃기네.

부모님과 함께 남이섬에 가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면 다행이다.
내가 보기에 남이섬은, 데이트하기보단 가족끼리 추억 만들기에 더 좋았거든.
결국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데이트 장소는 해운대로 결정이 되어버렸다.

잡설은 그만두고, 아침일찍 남이섬으로 향했다.
선착장 앞에 있던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밥을 해결하고는, 남이섬으로 출발 !

남이섬 가는 배

배를 타고 가야된다. 섬이잖아. 남이'섬'



남이섬 입구

여기가 입구다. 젊은 남여....라기보단 여자만 보인다. 응?



위험 접근금지

전혀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첫 키스

첫 키스?!



화장실 표지판

화장실 표지판도 예쁘게 만들어놨다.



곰인형

커다란 곰한테 안겼다. 포근해~



돌탑

여기도 탑을 쌓아놨네. 행복을 기원하면서 쌓았겠지?



나무 길

어린 애들 둘이 뛰어다니고 있었으면 이거 작품인데, 캬~



호수

중간 중간에 호수도 있고~



자전거 출입 제한

자전거는 출입하면 안된단다. 그림이 뭔가 무섭다.



엄마랑.

엄마랑 같이~ 선글라스는 내 것이 되어버렸다.



연꽃

연꽃이다. 예쁘다.



비석

비석조차 장난스럽다.



하트

우리사랑 이대로, 하트 -



철길

칙칙폭폭 기차가 다니는 철길, 그리고 저 멀리 엄마.



잔디밭

동화속의 한 장면 같은 잔디밭.



아빠

여행 내내 많이 웃으셨던 아빠. 이 사진에서는 이상하게 안웃으셨다.



첫키스.

겨울연가에서, 여기 어디선가 첫키스를 했나보다.



사랑한다면, 사랑을 확인하세요.

사랑한다면, 사랑을 확인하세요. 꺄~




볼 것도 많고, 이리 저리 좋았던 남이섬.
사진 찍는다고 바빴다.

아버지는 다음 일정 생각 때문에 마음이 급하셨는지 빨리빨리 보자며 서두르시더니, 남이섬에서 나갈 때는 아쉬우셨는지 사진 좀 더 찍으시겠다고 돌아다니신다.
어머니는 피곤하셨는지 앉아서 쉬시고..
남이섬, 예쁜 곳이다 :)



2008/11/08 00:59 2008/11/0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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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좌우로 가르고 있는 태백산맥을 넘고 넘어 해 지기 직전에야 겨우 도착한 곳, 바로 춘천이었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하는 <소양강 처녀>의 바로 그 소양강, 소양강댐이다.


소양강댐

소양강댐 호수다. 소양호라고 하나?



젊은 남녀도 보이고, 가족도 보이고,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보였는데, 춘천에서 데이트/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많은 것 처럼 보였다.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도심 바로 옆의 휴양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했다. 편하게 잠깐 나들이 나오기 좋은 곳, 하지만 우리 가족처럼 멀리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오기에는 무언가 아쉽긴 했다.

저녁에는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었다. 지도에 안내되어 있는 맛집을 찾아가서.
춘천에 사는 친구가 춘천에서 먹는 닭갈비는 서울이나 다른데서 먹는 닭갈비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막 자랑을 했는데, 사실 먹어보니 양이 좀 많은 것 같기는 했지만 맛이 그렇게 크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더라.
아, 이렇게 말하면 춘천에 사시는 분들이 발끈 하시려나? ㅎ



2008/11/07 04:18 2008/11/0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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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는 설악산에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이 멀리 와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설악산으로 들어간다니까 제법 집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
저 멀리 울산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사실 지금까지 나에게 설악산은 '설렁탕' 이미지였다. 희끄므리하고 담백한, 곰탕과 비슷한 느낌의 그런 느낌 말이다.
물론 그런 이미지는 전적으로 설악산과 설렁탕의 첫 글자가 같다는데서 연유했다. 웃긴 일이지만, 어릴 적부터 대한민국의 남쪽 끝에 위치한 부산에 살았던 나와 북쪽 끝에 위치한 설악산은 서로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고, 그런 지리적 거리감은 이상한 이미지까지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바로 저 울산바위를 보는 순간부터 설악산에 대한 내 안의 설렁탕 이미지는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설악산 울산바위

저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참으로 멋있구나!


기암괴석

기암괴석이라고들 하는 그런 바위가 참 많았다.


기암괴석

역광때문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바위는 이름도 있을 법 하다.


그렇지 않아도 거리도 멀고 길도 좁은데, 차가 막히는 바람에 한참이나 설악산 도로 위에 있었다. 포장이 잘 되어있는 국도였던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긴, 준비해온 과일도 먹고, 과자도 먹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이야기도 하고, 내가 선곡을 해주겠다며 MP3도 연결해서 음악도 듣고, 중간에 냉커피도 사서 마시고,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긴 했다. 행복한 교통체증이랄까.



백담사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 두고는 다시 전용 마을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깊은 곳에 있으니깐 전두환이 숨어있을 수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마치 부석사에 갈 때 무량수전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 처럼, 백담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용운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백담사는 앞으로 개울을 가지고 있었다.
설악산 높은 곳, 그 맑은 물이 여름이었지만 선선한 날씨와 함께 시원하게 느껴졌다.


백담사 앞의 물(?)

백담사 앞으로는 이렇게 물이 흐른다.


돌맹이 탑

그 곳에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망들도 함께 있었다.


아이들

그리고 동심도, 추억도.


어른아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발을 두 손에 들고는 한번씩 발을 담가본다.


물

내려오는 길, 물은 계속 흐른다.


사실 백담사 자체에 대한 감상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생각보다 훨씬 큰 절이었다는 것 정도?

여행을 다녀온지 3달이 넘은 지금은, 절 자체보다 그 앞의 계곡이 너무나도 맑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백담사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계곡의 모습.




2008/11/06 22:34 2008/11/0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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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아버지께 사찰 순례 하냐며 불평을 헀다는 글을 적었는데, 사실 그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실제로 간 곳은 부석사, 낙산사, 백담사 이렇게 세 곳이었지만, 계획에는 다섯 군데 정도의 절이 있었다. 이렇게 마음먹고 가는 여행을 언제 다시 또 갈수 있을지 모르는데 한번 갈 때 다 보고 오자는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를 못한 건 아니었지만, 3일 동안 절을 다섯군데나 간다니! 사찰 순례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그런데 우리 가족이 찾은 세 군데 절 중에서, 개인적으로 그나마 제일 가보고 싶던 곳이 바로 낙산사인데, 되돌아보면 가장 실망했던 곳이 낙산사였던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부석사는 무량수전이 있다는 것을 도착하기 직전에야 깨닳았고, 백담사는 한용운 선생보다는 전두환 대통령이 있던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으니, 낙산사와 의상대, 사회 교과서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 이 곳이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길에서 길을 묻다.

역시 절에 온 듣한 느낌을 주는 선문답. '길에서 길을 묻다.'


의상대

저기 보이는 작은 정자가 의상대라고 한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바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바다. 구름이 신기하다.


꽃

길가에 꽃이 피어 있길래 찍어봤다. 이름이 뭘까.


낙산사를 잠깐 구경하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첫 날 만큼이나 바쁜 일정이었다.
다시 조수석에 앉아서 지도를 편다.
자, 이번엔 몇 번 국도를 타야하지?



2008/11/06 21:02 2008/11/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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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비가 왔기 때문인지, 아침에 날은 개었지만 아직 화창하다고는 하기 힘든 햇살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여행 때 왔을 때는 한 낮이라 날씨도 화창하고 여유도 많아서 그랬는지, 그 이후로 경포대에 참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른 아침, 그것도 전날에 비가 와서 아직 좀 덜 갠 날 보는 경포대는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경포대에 가 보셨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좋은 곳을 이렇게 날이 안좋을 때 보셔서 아쉬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별히 차에서 내리지는 않고, 경포 호수 주위를 돌며 드라이브(?)를 하다가, 경포대에 잠깐 오르고는 다음 목적지로 갔다.



오죽헌.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낳은 곳이자, 율곡 이이가 유년을 보낸 곳.
당대 최고의 유학자이자, 우리 나라 역사상 최고의 학자 중 한 사람인 율곡 이이가 바로 이 곳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진사초시를 장원으로 급제한 이후, 아홉번의 과거에서 모두 장원 급제를 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 불렸다는 율곡.
나라를 걱정하고, 시대를 내다 볼 줄 알았던 대학자 율곡 이이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 곳이었다.

어디 감히 율곡 이이 선생과 날 비교하겠냐마는, 오죽헌에서 그가 공부했던 방, 그의 영정, 그가 집필한 책, 그의 글씨 등을 보면서 '나도 이런 위대한 학자가 되어야지.'라는, 초등학교 꼬마들이 일기에나 적을 법한 그런 다짐을 스스로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감상에 젖어 오죽헌을 구경하고, 오죽헌 박물관에서 신사임당의 초충도도 구경도 하고, 어릴 적 어머니께서 수 놓으시는 것을 종종 보아온 그 초충도의 원본전시품은 모조품일 수도 있겠다.도 보고, 그렇게 오죽헌을 둘러보았다.

초충도 보기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인 율곡 이이의 생가, 오죽헌이 나에게 그렇게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아마 나 또한 학자로써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기 때문이 아닐까.



2008/11/06 20:16 2008/11/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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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고향인데다가 바로 앞에 해운대 해수욕장을 두고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산을 올라가도 정상에 다다르면 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이 바로 내가 살아 온 곳이었다. 게다가 할머니 댁은 남해대교가 있는 남해, 외할머니 댁은 동양의 나폴리라는 충무통영다. 남해와 충무는 모두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있는 지역이다. 그런 입장이라, 나에게 왠만한 바다는 바다 같지가 않았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가본 을왕리 해수욕장을 처음 보고는, 무슨 조그마한 갯벌을 보고 해수욕장이라고 하지?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바다라며 꺄~ 소리를 지르고 달려가는 친구들 역시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정동진으로 가는 길은 인상적이었다.
정동진으로 가는 해변도로는 바다와 딱 붙어있다. 저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도로 바로 옆에서 파도가 치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파도가 충분히 도로 위로도 올라올 것 같다. 왼쪽으로는 기암괴석과 절벽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바다가 있다. 중간중간에 벤치가 하나씩 놓여있는데, 날씨 좋은 날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가 잠깐 내려 앉아서 이야기하면, 무슨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 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리 가족이 갔던 때는 마침, 여행 출발부터 따라오던 비구름이 바로 뒤까지 쫓아왔을 때였다.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더니 어느 순간부터 비도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때문에 따스한 햇살도 없었고, 고요한 바다도 아니었지만, 바다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하리라. 바다란 단순히 '예쁘다' 이상의 거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어서, 비오고 바람부는 날 저녁의 바다 또한 매력적이란 것을. 마치 한여름의 해수욕장 보다 한겨울의 해수욕장이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해변 도로를 따라 올라간 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동진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때 졸업여행으로 와봤던 정동진인데,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게다가 날까지 어두워져 버려서 정동진역 그 특유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간이 기차역에서 내리면 눈 앞으로 펼쳐지는 작은 해수욕장, 플랫폼 벤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바다, 그게 정동진역의 매력일텐데 말이다.


정동진역

정동진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강릉시로 돌아왔다.

가족 여행 첫 날 밤은 찜질방이었다. 한번도 찜질방을 가보신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찜질방도 잘만 하다며 찾아간 찜질방은 아쉽게도 시설이 별로였다. 하긴, 서울에서, 해운대에서 가봤던 휘황찬란한 찜질방을 기대했던 건 내 실수다. 그래도, 찜질방에서 먹은 팥빙수는 맛있었으니까. :)





2008/11/06 16:44 2008/11/0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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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유명한 책이 있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이고, 나도 분명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부석사에 도착할 때까지 부석사에 무량수전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부석사에 거의 도착해서야 어머니께서 무량수전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듣고는, 그제야 '부석사 무량수전'이라는 단어가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이 그렇구나 싶다.
초등학교 때 우리 나라 국보와 보물에 대한 장편의 보고서를 적었던 적도 있던 나인데, 물론 아버지께서 거의 다 적으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부석사는 거의 산 정상에 있었다.
무슨 절을 차도 못들어가는 이런 높은데 지어놨냐고 속으로 투덜투덜하면서 올라간다.

무궁화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에 무궁화가 피어있다.


드디어 도착,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무슨 사찰 순례 하냐며, 왜이렇게 절을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 계획이냐고 아버지께 투덜댔는데, 절에 올라와 경치를 바라보며 참 잘왔다 싶은게 슬그머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부석사에서 바라본 경치.

아름답다. 아름답다. 그저 아름답다. 그런데 진짜 높긴 높구나.


부석사에서 바라 본 경치.

마음 속까지 시원해 지는 듯 하다. 가만히 있어도 불교 수행이 되는 듯 한 기분이다. 단지, 먹구름이 다가오는건 좀 불안하구나.



부석사의 부석

왜 부석사인가 했는데, 이게 바로 부석이란다. 이 돌이 공중에 떠 있었단다. 아니, 지금도 떠있는건가? 아니겠지 그건?



내가 부석사에 대해 알던 건 도착하기 직전 기억해 낸 무량수전 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무량수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부석사에서 바라본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아!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더 아름다웠을까?



어느새 저 쪽에서 먹구름이 다가오는게 보인다. 이 여행을 출발 할 때 쏟아지던 폭우가 저 비구름 때문이겠지? 
서둘러 내려가서 중턱에 있던 음식점에 앉으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5분만 늦었어도 비를 쫄딱 다 맞을 뻔 했다.

선글라스.

여행을 앞두고 구입한 아버지의 선글라스. '운전하는데 햇빛이 눈부셔서' 라는 명목으로 샀는데, 사실 편광렌즈가 아니라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는 없다. 히히.



식사

산채 비빔밥을 먹는데 비가 쏟아진다. 아버지께서 괜히 커다란 우산을 어머니 등 뒤에 놓으시고는, 그 모습이 재밌는지 사진을 찍으신다.



산채 비빔밥은 참 맛있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종종 생각한다.
'밥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서 계속 먹을 수 있었으면!'



이제 다음 목적지로 출발이다.
정동진, 조금 늦었다.




2008/11/01 23:57 2008/11/0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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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가는 길, 국도 옆에 있던 작은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 한문으로 뭐라고 적혀 있는데, 삼 자 밖에 못읽겠다. 어딜까 저긴.
아버지께 물어봐야 하는데, 저것도 못읽냐고 한소리 하시겠지?
내가 봐도 참 쉬운 한자인 것 같은데 말이다.

주산지 가는 길

안경을 만지고 계신 아버지, 얼굴을 감싸고 계신 어머니. 뭔가 재밌는 포즈들이다.



주산지 가는 길

이제 제대로 한 컷. 선글라스를 쓰신 아버지는 멋쟁이가 되셨다.


제법 이른 새벽에 출발했기에, 부산에서 주산지 까지 가는 길은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아침에 주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새벽녘의 물안개를 보기에는 늦어버려서 아버지는 아쉬우셨겠지만...

주산지

산은 산인데, 산이 아닌 것처럼 생겼다. 동글동글하다.



영화의 고향,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도 찍었단다. 부모님께서도 감명깊게 보셨다는데, 나는 본 적이 없다.


주산지는 자동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간 뒤, 다시 10여 분 걸어야 나온다.
사실 주산지를 직접 보기 전까지 뭐하는 곳인줄 몰랐는데, 산 높이 있는 저수지란다. 산 정상 바로 아래, 그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만든 것이 신기하다.
새벽녘의 물안개가 유명하단 소리는 어디선가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엄청 좋아보이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어깨에 메고 벌써 사진을 다 찍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처럼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눈에 띈다.

주산지

여기로구나!



다람쥐

다람쥐다. 옆에 갑자기 불쑥 나타나길래 조심조심 카메라를 들이밀었더니, 녀석 당당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물에 잠겨 있는 나무가 참 유명하다는데, 아쉽게도 우리 가족이 갔을 때는 물도 많이 말라 있고 그 나무의 나뭇잎도 다 떨어져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유명한 나무

이게 엄청 유명한 나무라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별로 볼 품이 없다. 물도 많이 말랐고...



셀카

넌 누구냐.



주산지

이렇게 보니 제법 멋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사실 주산지를 보고 내려와서는 아침을 먹었다. 주산지는 식전경이다.
도대체 얼마만에 가족끼리 여행와서 도시락을 먹는건지, 컵라면에 물도 붇고, 준비해온 오이도 꺼내고, 어머니께서는 밥이랑 김치도 내놓으신다.
 
아침밥

맛있겠다! 맛있었다 :)



아침을 먹었으니, 이제 얼른 다음 목적지로 가자고 아버지께서 출발을 서두르신다.
천천히 쉬엄쉬엄 가자는 나와, 빨리빨리 챙기라는 아버지는 이번 가족여행이 끝날 때까지 티격태격 했다.
물론, 어머니는 내 편이다.

아버지는 운전대를 잡으시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펴고, 어머니는 뒤에서 잠을 청하신다.
지도를 펴고, 부석사를 찾는다.



2008/11/01 23:08 2008/11/0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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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아니, 아버지가 운전을 하시고, 난 지도를 보고, 엄마는 포도를 꺼내 주시던 그 순간부터 이미 그 행복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적더라도 그 때의 그 느낌들을 제대로 담아 낼 자신이 없을 만큼 큰 행복을 말이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기억 중 하나가 될 이 여행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출발하는 날의 폭우와 함께 시작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들리는 차 안에서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찍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008/10/23 03:10 2008/10/2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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