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해외학회를 갔던 것은 2009년 여름방학 즈음이었던 것 같다. 학회에 발표를 하러 간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구경좋게 말하면 견문을 넓히러하러 갈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바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블랙햇 컨퍼런스였다. 블랙햇은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해킹 컨퍼런스다.
처음으로 간 해외 컨퍼런스가 그 유명하고 커다란 블랙햇이었기에,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것. 최소한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의 영어 실력은 가져야겠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학회장 앞에 설치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에서 CTO라는 사람과 간단한 대화를 나눠봤는데, 무언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음에도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간단한 인사 정도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햇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킹 컨퍼런스여서 그런지 참여한 사람들이 즐겁고 자유로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청바지를 입고 발표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 찬 라스베가스의 유명 호텔에서 자신있게 발표하고, 질문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신선했다. 말 그대로, 상상하던 바로 그 해외 컨퍼런스였다.
홍콩의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그 옛날의 다른 컨퍼런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이후로는 그런 학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햇을 다녀온 이후로, 모든 해외 학회란 것이 다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가서 발표했던 태국의 학회도 블랙햇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와 허름했던 호텔, 낮은 논문 수준 등에 너무 실망했었다. 물론 내 논문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학회의 낮은 수준에 한 몫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제대로된 논문을 쓸 줄 모르던 시기에, 교수님이 경험 삼아 보내주신 듯 하다. 그러고보니 그 다음으로 갔던 SOUPS 라는 미국 시애틀의 학회는 훨씬 나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했던 학회였는데, 사람들도 즐거워보이고 논문들의 수준도 높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블랙햇 만큼 휘황찬란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겁고 가치있는 컨퍼런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참여했던 작년의 홍콩 학회는 다시 태국에서의 학회와 같이 실망스러웠다. 학회장으로 사용된 호텔도 너무 안좋았고, 참여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다음으로 참여한 해외 컨퍼런스가 바로 이곳, 다시 홍콩이다. 어제의 발표들은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발표들은 내 관심분야들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발표한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노교수님이 인상적으로 발표를 해 주셔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다음으로 이어서 하고 있는 일본 분도 관심분야와는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발표 수준은 나쁘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블랙햇 이후의 모든 학회들은 블랙햇만한 규모나 명성을 가진 것은 없었던 듯 하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학회가 처음인 연구실 후배들 때문이다. 해외 학회라며 기대하고 즐거워했던 연구실 후배가, 생각보다 학회가 실망스럽다며 이야기를 한 것이다. 마침 나도 각 학회마다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며 글을 적고 있던 참이었다.
어찌보면 난 운이 좋았던 것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내 실력이 모자라서 안좋은 학회들을 가보게 된 걸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이 모든 것이 경험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이번처럼 내가 논문을 발표하지 않는 학회는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내가 어느 수준의 학회에 참석하고,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하느냐는 환경의 문제보단 내가 하기 나름이고, 내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제출만 하면 받아주는 그런 학회에서도 빛나는 사람은 있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학회에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사람도 있을테니, 학회가 중요한 것은 아니란거다. 결국 내가 얼마나 많이 얻어가려고 노력하느냐와 같은, 태도가 가장 중요하겠지.
연구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 아쉽지만, 그렇다고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싶던' 연구이를테면 논문을 읽는다던가 아이디어를 디자인해본다던가 하는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항상 되뇌이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다.
2012/01/25 16:15
2012/01/25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