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통
- 2007/05/02 14:30
초등학교 6학년 때로 기억한다. 인터넷과 관련된 작은 경시대회였다.
기껏해야 작은 교내 백일장이나 나가봤던 어린 나에게, 시험을 보기 위해 따로 준비된 시험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그런 큰(?) 규모의 시험은 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OMR답안지라는 것도 그 때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시험을 치르는 동안 밖에 계셨고, 내가 시험을 치르고 나오자 환한 표정을 날 맞아 주셨다.
"시험은 잘 쳤나? 어떻드노?"
"잠시만요..."
나는 공부할 때 썼던 책을 뒤적뒤적 찾아보았다.
아버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계셨지만, 궁금하셨는지,
"왜, 뭐 모르겠드나?"
라고 물으셨다.
"잠시만요... 전부 다 풀긴 풀었는데... 한 문제를 잘 모르겠던데... 대학교를 나타내는 인터넷 주소가 ac.kr 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거에요~ 그래서 막 생각하다가 하나 골랐는데... 아 그게 어디있더라..."
"와! 맞았다!"
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빠! 제가요~ 한 문제를 잘 모르겠어서요~ 막 생각하다가요~ 아 그러니까 그 문제가요~ 대학교 인터넷 주소는 뭘로 끝나는거냐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막 생각하다가요~ ac.kr 에서 ac가 아카데미 같은거에요~ 그래서 그걸로 찍었는데 맞았어요!"
아버지께서는 내 말을 들으시면서 얼굴에 화색이 도셨다. 감정 표현도 잘 안하시던 분이셨는데, 내가 신나서 말을 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듯이 신나게
"그렇지, 그렇지!"
라며 좋아하셨다.
며칠 전, 정보처리 산업기사 실기 시험을 치르고 왔다. 실기라지만, 필답형으로 바뀌었기에 필기고사나 다름 없었다.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 시험이라, 일찌감치 문제를 다 풀고는 퇴실 가능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날씨가 참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기분도 너무 좋은 날이었다.

